주례사

김희엽

다정도병 2010. 11. 30. 11:08

 

오늘 신랑 김희엽군과 신부 이지혜양이 하나되는

좋은날입니다.


벼루 먹갈아 화선지 붓끝 내리면

먹물은 종이에 잦아들고 묵향은 방안에 그윽하다.

 

근묵자흑이라 묵을 가까이 하면 글씨도 검어진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하나되어 부부로 산다는 것이

가까이에서 서로를 향기롭게 물들이고

또 닮아가는 긴 여정이 아닐까요.


마중지봉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삼밭에서는 히마리없는 쑥도

꼿꼿하게 잘 자란다는 것입니다.

부부는 서로에게 삼밭이 되고

벼루와 먹이 되어 주는 영원한 친구입니다.


12월 첫번째 주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신랑 김희엽군이 다니는 한국렌탈주식회사 사장입니다.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 선 두 사람에게

몇 가지 격려의 말씀드리지요.

 


첫째, 우리가 주인공이다.

부부는 가정의 중심입니다.

더 이상 부모님의 아들 딸이 아닙니다.

영화처럼 남녀주인공이 되어 보십시오.


태풍이 오면 사람들은 일기예보를 들어 알지만

바닷가 벌레들은

느낌으로 알고 미리 피합니다.

 

벌레들은 미물이지만 또한 영물이기도 합니다.

사람도 누구나 천재성이 있습니다.

부부는 서로 장점을 발견해주고

주인공으로 키워내는 연출가입니다.


참으로 쉬운 것이 자기 말을 하는 것이요,

정말 어려운 것이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귀기울여 들어보세요

상대의 천재성이 보입니다.


경주에 수많은 신라유적이 있지만

알면 국보요 모르면 돌멩이입니다.

이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주고

기도 살려주고 정성껏 보듬어서

보물로 만들어 가십시오.

 

 

 

둘째, 서로에게 꿈을 주자

미국의 제2차 대전 승리영웅 니미츠제독은

사관학교 졸업식때

여자친구가 소위계급장대신

별 네개 대장 계급장을 선물했습니다.

 

장래 4성장군이 되기를 미리 축하하는

예축의 뜻이었지요.

 

훗날 국가영웅 니미츠대장은

아내라는 훌륭한 꿈매니저가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릅니다.


꿈을 꾸게 하려면 칭찬해야 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꾸짖으면 주눅들고 칭찬하면 기가 사는 건 당연한 이치.

영원한 우리편에겐 어떤 경우에도 ‘잘했어’와  ‘괜찮아’입니다.

마음이 편해야 좋은 꿈을 꿀 수 있습니다.


두 분의 꿈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부디 꿈을 갈무리하십시오.

 

 



셋째, 조금씩은 감추자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닙니다.

부부는 서로의 소유물도 아닙니다.

부부라도 각자의 세계가 있는 법입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라.

설령 아쉬운 점 있어도 그러려니 해야 합니다.

불평이나 간섭보다

서로 각별히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다 알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은 냅두고 나름대로 맡겨 보세요.


살을 섞고 사는 부부지만

모두 드러내서는 안됩니다.

조금은 감추고 내숭도 섞어가며 상대의 관심을 끌어내세요.

 

매력을 잃지 않으려면 얼마간의 감춤이 필요합니다.

마냥 스스럼이 없다면 부부라도 식상해질 수 있습니다.

살도 좀 빼시고 섹시하게 매력을 유지하세요.

 

낚아놓은 물고기도

미끼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넷째, 즐겁게 해 주자.

곡식은 비료가 아니라 농

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서로를 위해 정성껏 사랑을 준비하세요.

우산을 주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함께 비를 맞아 주십시오.

울고 싶을 때 위로도 좋지만

같이 울어주는 친구면 어떻겠습니까.


부부가 같은편이라고 믿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이고

관심표현의 으뜸은 즐겁게 해 주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웃게 해 줄까 궁리하세요.

그녀가 웃을 때 그이가 웃을 때

가정은 행복해지니까요.


꽃씨없는 곳이 있겠나

비뿌려주면 어디서든 꽃은 핀다.

부부의 사랑이 즐거움의 꽃씨입니다.

 


김희엽군,이지혜양.

 

혼자 살던 사람 둘이 모여

이제 긴 세월을 함께합니다.

둘이 되었습니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보다 훨씬 큽니다.

그러나 아무리 커져도 둘이는 하나입니다.

 


이제 하나된 두 분을 위해 좋은 시 한편 소개합니다.

 

 


유리그릇처럼 소중히 사랑하라 
빵처럼 늘 신선하게 사랑을 구워라


처음 사랑이 왔을 때를 기억하며
이마의 땀 닦아주고
어둠 속에서 손을 놓치지 말라


따듯한 배려와 유순한 마음, 눈부신 용서는
모두 사랑의 한 모습이니
사랑으로 이루지 못할 것이 없으리
사랑으로 견디지 못할 것이 없으리         (허영둘,아름다운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