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티넘(왕산편지)

왕산편지205-2 신종여시

다정도병 2012. 5. 16. 08:30

하이~~티넘~~!!

 

지난 주말

제가 다니는 새문안로타리클럽 행사로

강원도 寧越에 다녀왔습니다.

 

숙부인 세조에 왕위 찬탈되고

영월 청령포에서 17세 나이로 숨진 단종은

왕권과 신권의 끊임없는 다툼의 희생양이었다는

일행 박호군 전 과기부장관님 설명과 함께

단종의 슬픈 자취를 따랐고

 

방랑시인 김삿갓의  

그냥 웃을 수만은 없는 애끊는 해학과

그리고 서민의 애환 서린

민화박물관도 둘러보았습니다.

 

東江 줄기에 자리한

시스타 콘도에 묵었는데

시스타는

시의 영월, (스타)의 영월을 합친 뜻이랍니다.

 

視聽은 보이고 들리는 것을 보고 듣는 것이요

見聞은 찾아가서 보고 듣는 것이지요.

좋은 분들과 오늘을 나누고

옛 성현의 향기를 호흡했던 뜻있는 일정이었습니다.

 

 

화요일의 왕산편지 보냅니다.

 

 

 

㈜하이티넘홀딩스 대표이사

旺山 정태영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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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여시(愼終如始)

 

새옹(塞翁)의 말이 도망갔다가,

한 마리 더 데리고 오고,

그 말 타다 아들 다리 부러졌지만

덕분에 전쟁에 안 나가 목숨 건지니

인간 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어떤 경우에도 꿋꿋하게 긴 안목에서

최선 다 하라는 뜻이겠지만,

말 도망 못 가게 잘 단도리 했더라면,

새 말을 잘 길들인 후에 탔더라면,

그래서 전장에 나갔으면 어땠을까?

괜한 상념이 든다.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지만

개구리는 아가미 숨쉬던 시절이 그립다.

개구리는 울음주머니를 흔들어 우는데

비오는 날 소리내 울면 폐호흡도 좋아지고

촉촉히 젖은 피부가 열려 피부호흡이 되고

울음소리에 암컷들 다가오니 님 보고 뽕 따는 격이다.

논두렁 개구리는 아들 손자 다 모여

밤새도록 울어도 화음은 없다.

개구리는 올챙이적 모르는 게 마땅하다.

 

경주에 진 토끼가 리턴매치 제안하지만

거북은 꿈쩍도 않으며 할 테면 헤엄으로 하잔다.

같은 기회는 자주 오질 않는다.

경쟁은 늘 자신이며 극기(克己)가 요체다.

토끼는 자신에 졌다. 시작하자 마자 단숨에 거의 다 간 토끼는

뒤에 뵈지도 않는 거북 페이스에 말렸다. 

잘 난 토끼는 시작이 반이지만

모자란 거북은 반이 시작이었다.

아내와의 結婚가끔씩 후회한다해 놓고 겁먹은 김정운교수에게

그 아내는 가끔은 후회 안 한다고 맞댄다.

 

주례때 서로를 가두지 말고 좀 냅두라이른다.

잘 해주고 관심 갖는 것도

처음과 끝이 같기(始終一貫시종일관) 쉽지 않으니

조금 냅두는 게 낫다.

내 잣대로 상대를 보면 간섭이요

상대 잣대로 지켜보면 관심이다.

진짜 여우(新種 여시?)는 여우인 줄 알게 여우짓을 한다.

상대가 감당할 만큼만 한다.

여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도 진정한 사랑이다.

 

내 친구 김창호사장은 여시(如始)를 아호로 쓴다.

그는 호처럼 언제나 같은 모습, 변덕이 없다.

변덕 죽끓듯 하는 사장 되리라 늘 다짐하는 내가

如始, 가 좋은 건 아이러니일까.

두주불사(斗酒不辭)로 소주 안 지 40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아직도 분간 못 하지만

날씨야 아무리 추워 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

 

엄마 내일이 언제야?”

오늘밤 자면 내일이란다

다음 날 아침 엄마 오늘이 내일이야?”

아니 하루밤 자야 내일이라니까!”  

며칠 뒤 아이가 외친다.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愼終如始반쯤정신이다.

시작이 반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내일처럼 영원하다.

일이 온전히 마무리될 때까지는 또 늘 절반이다.

우리에게 오늘은 있지만 내일은 없고 정거장 있어도 종착역은 없다.

꽃도 반쯤 폈을 때가 더 이쁘고

술도 반쯤 취할 때 주흥이 더 하듯이

시작이 반이지만 절반은 또 하나의 시작이다.

골프 그린부근까지 다 와서 홀까지 헤매는 무수한 골퍼들에게

시작이 반은 결코 아니다.

고지가 보일 때 이제부터 시작이다.

 

벼슬은 관직이 올라가며 게을러지고,

병은 쾌차중에 방심으로 심해지며,

재앙은 나태함에 생기고,

효심은 처자식으로 줄어든다

이 네 가지를 살펴

늘 처음과 한결같도록 끝까지 신중해야 한다.

(官怠於宦成  病加於小癒  禍生於懈怠  孝衰於妻子  察此四者  愼終如始,

관태어환성 병가어소유 화생어해태 효쇠어처자 찰차사자 신종여시..노자 도덕경)

 

강한 게 살아 남는 게 아니고 살아 남는 게 강하다.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적응은 변신을 부르고 변신에는 철학을 요구한다.

신종여시는 끝까지 신중한 것이지

새옹처럼 가만있고 개구리 올챙이적 알아야 하는 게 아니다.

수그림에 구차함이 묻으면 참담하지만,

짐짓 구부리고 수그림은 곡신불사(谷神不死) 

 

신종여시와 곡신불사는 같은 말,  수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