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신랑 이원기군 아버지와 중고등학교 동기동창입니다.
45년지기의 아들 결혼식에 기쁜 마음으로 주례를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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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으로 기쁜 날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3년 새해 첫 주말
인생의 새로운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랑 이원기군과 신부 박주현양입니다.
신랑 이원기군은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과대학 졸업후
척추신경교정 의학과에 재학중인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입니다.
신부 박주현양 역시 오클랜드 약대 졸업후
호주에서 약사로 활동중인 미모를 겸비한 재원입니다.
우리나이로 스물 아홉살, 스물 다섯살된 지
닷새 밖에 안됐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들인데
부모님들 아까워서 어떻게 시집장가 보내십니까.
하객 여러분,
오늘의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님을 위해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시인이 시를 쓰지만
시는 읽는 이의 가슴에 닿아서야
비로소 시가 됩니다.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온전히 눈에 드는 이가 많지 않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도 한 마디 귀절이 가슴에 남듯이
수많은 사람중에
아, 이 사람이구나~!
울림과 떨림이 느껴질 때
두 사람은 서로를 붙들어
내일의 설레임으로 이어갑니다.
시를 느끼는 마음이 시심이라면
사람을 느끼는 마음은 안목입니다.
인생 최고의 탁월한 선택.
오늘 두 사람의 높은 안목을 칭찬하고 축하합니다.
두 사람 지금 인생 첫 걸음이지만
푸르른 젊음 함께 불사르고
세월 더해 갈수록 더욱 더 나누면서
둘만의 오롯한 삶을 이어가십시오.
오늘 두 사람 하나됨을 우리 모두
큰 박수로 다시 한번 축하해 주시지요.
이제 신랑 신부에게 몇 가지 격려를 주려합니다.
주례보다는 부모의 마음으로 주는
아주 긴 주례사입니다.
고단하신 분은 졸고 계셔도 괜찮습니다.
첫째, 젊어 고생은 사서 하자.
편하고 돈 많이 생기는 곳은 피하자.
쉬운 길 좋은 길은 경쟁도 심하고 수명이 짧습니다.
일이 많더라도 배울 게 많은 곳에서
내일을 준비하십시오.
학원가면 돈 내고 배우는데
돈 받고 일을 배우는 곳이 얼마나 좋은가.
힘들어도 배울 게 있는 그 곳을 찾자.
백살까지 사는 인생에
50, 60까지만 편한 그런 일터를 선택할 것인가.
너는 무엇을 할 줄 아느냐 하는 물음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사람 모두 전문직의 길을 택했기에
더욱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둘째,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하라는 공부 안 하고
부모 몰래 실용음악 공부한 강남스타일의 싸이는
빌보드차트 맨 위에 오르고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됩니다.
사람들은 돈을 내고 노래하지만
싸이는 돈을 받고 노래합니다.
좋아서 하는 일은 일이 아니라 낙입니다.
부부가 이마를 맞대고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면
그 또한 즐거움입니다.
셋째, 세계로 눈을 돌리자.
큰 물에 노는 물고기가 몸집도 크다.
우리나라 SNS 싸이월드와
미국의 페이스북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같은 기능이지만 시장의 크기가 다릅니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으라고 무대를 크게 쓰자.
놀부보쌈은 지분 70%를
모건스탠리에 1200억원에 팔았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마침내 놀부보쌈을 세계화합니다.
세계에 7백만명이 나가 사는 우리민족은
세계화를 이미 실천하고 있습니다.
영어 잘 하는 두 사람은 마땅히 눈을 세계로 돌리십시오.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넷째, 부부는 디딤돌이요 지렛대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1953년 힐러리경이 정복한 후
1977년 우리 고상돈 대장이 58번째로,
24년간 년 평균 2.4명만이 등정했습니다.
요즘은 한 해 700명 넘게 에베레스트를 넘습니다.
에베레스트가 낮아졌을까요.
8848m중 6천m 높이에 베이스캠프를 치니
등정이 한결 수월합니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고지등정의 베이스캠프입니다.
베이스캠프는 안식처요 구난처입니다.
희망을 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다.
희망을 가지려면 칭찬이 필요합니다.
잘했꾼 잘 했어 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신랑 신부에게 고합니다.
걸려있는 옷과 사람이 입은 옷은 아주 많이 다릅니다.
두 사람 이제까지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이었다면
이제는 서로를 위해 옷을 입고 멋을 내야 합니다.
사랑은 가슴에 담아두지 말고 표현하십시오.
first who and then what
사람이 먼저입니다.
사람이 좋으면 무엇이든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아내가 있는 사람이 오래 산다고들 합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어쩌면 청어와 메기처럼 천적일 지도 모릅니다.
남편을 다 꿰고 있는 영특한 아내는 그래서 늘 무섭습니다.
부부라는 적당한 긴장이 서로를 건강하게 합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결혼은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금그릇 은그릇보다 깨끗한 그릇이면 좋습니다.
날카롭지 않은 그릇이 되어
상대가 편하게 쓰게 해 주세요.
깨지지 않는 튼튼한 그릇이 되어
상대가 나를 오래 쓰도록 하십시오.
군자는 불기라. 공자도 말했듯이
어디에도 쓸 수 있는 다용도 그릇이면 더 좋습니다.
늘 꿈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내 말 대신 상대가 말을 하게 하고
열심히 들어주고 맞장구 쳐 주세요.
강호동과 유재석은 그래서 높은 출연료를 받습니다.
몸에만 뿌리지 말고 말에 향수를 뿌려라.
음식을 먹기 좋게 만들 듯이
말은 상대가 듣기 좋게 해야 합니다.
행동은 보기 좋게 마음은 따뜻하게.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마스크 하나 고르는데
수십개를 가져오게 했습니다.
그런 스티브잡스를
몰라주면 까탈이지만 알아주면 섬세입니다.
눈썰미는 천부적 감각입니다.
천재를 까탈로 내몰지 말아야 합니다.
부부는 실수와 실패를 지적하지 않고 덮어줍니다.
부족한 파트(part)를 메워주고 덮어주는 파트너(partner)입니다.
배우자를 깎으면 내가 깎이고,
배우자를 높이면 내가 높여집니다.
두 사람은 참 좋겠습니다.
스물아홉 스물다섯이니 앞으로 백년은 더 살아갈테고
전문직으로 세상에 할 일이 많아서 좋고
무엇보다 서로 열심히 살아갈 이유가 생겼으니 말입니다.
나폴레옹이 전쟁중에
문득 발밑에 네잎 클로버를 따려고 허리를 굽힌 순간
총탄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나폴레옹의 생명을 구했다 해서
네잎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됩니다.
당신 때문에가 아니라 당신 덕분에.
아내가 아니었다면, 남편이 아니었다면 평생 혼자일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서로는 이제 행운의 네잎 클로버입니다.
사랑하는 신랑 신부 두 사람에게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