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 곽황영 결혼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곳곳에 수많은 모임이 있지만
이 결혼식이야말로 남을 위해 조건없는 축하를 보내는
신선하고 귀한 행사입니다.
오늘 신랑신부 하나되는 현장을 지켜보시는 여러분들은 필경 복받으실 겁니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여기 설레임으로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 선 두사람이 있습니다.
신랑 곽황영군과 신부
화창한 십일월의 휴일 낮한때 몹시도 추운 날씨에
공사다망하신 가운데에서도 오늘 화촉을 밝히는 두사람을 위해
함께 해주신 하객 여러분들께 양가를 대신해서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신랑 곽황영군과 이곳 아름다운 성균관대학교의 선후배지간입니다.
같은 과 같은 동아리출신인데 졸업후에도 오랜세월동안 교우하면서
신랑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신랑은 여러분 보시다시피 참으로 멋진 청년입니다.
웃는 얼굴이구요 그래서 포근하구요 세상사람 모두를 안을 만큼 포용력도 있어 보입니다.
물론 예의바르고 반듯하지요.
그의 눈매에는 미래를 보는 혜안이 드리워져 있어서
한 가정의 대들보로 또한 한 나라의 기둥으로 됐다 싶더라구요.
신랑 곽황영군은 현재 벤처캐피탈회사인 KTB Network 인사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신랑 곽황영군이 신부감을 소개하겠다고 하더군요.
신부
첫눈에 아! 좋은 사람이구나 역시 그러니까
웃는 모습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사람, 그래서 반했다는 신랑의 말처럼
신부는 매우 아늑해 보였습니다.
참으로 영특해 보이면서도 조용하고,발랄해 보이면서도 단정하기 이를데 없는,
요즘 보기드문 아름다운 규수로 여겨졌습니다.
신부
신랑신부 두사람은 약2년전에 만나 둘만의 오롯한 사랑을 갈무리해오다가
오늘 비로소 하나되는기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결혼을 인륜지대사라고들 하지만 저는 또하나의 천륜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이 맺어준다는 뜻이지요.
날개가 한쪽밖에없는 비익조라는 새가 있습니다.
설화에 나오는 얘기지만 비익조는 다른쪽 외날개의 새를 만나야 하늘로 비상할 수 있고,
눈이 하나밖에 없는 물고기 비목어는 똑같은 외눈 물고기 짝을 만나서야
비로소 큰물을 헤엄칠 수가 있습니다.
두분은 지금까지 한쪽날개와 한쪽눈으로 살아왔지만
이제 또한쪽의 날개와 다른 한쪽의 눈을 찾은 것입니다.
이 귀한 인연은 분명 하늘이 정해준 천륜일 것입니다.
저는 오늘 신랑신부 두분이 이렇게 하나되는 귀한 순간,
오늘의 결혼식에 주례를 맡게 되서 참으로 기쁘게 생각하면서
두분이 앞으로 부부로서 살아가는 동안에 보탬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
몇가지 당부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보다 진지한 삶을 살자.
신랑신부는 이제까지 누구의 아들,누구의 딸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누구의 아내요 남편으로 살아가야 하며 머지않아
누구의 아빠엄마로 살아가야 합니다.
무척 다른 얘기입니다.
처녀총각때보다는 사뭇 다른 중량감으로,
가족주체로서의 책임감과 서로에게 소속감을 느끼면서 생활해야 합니다.
진지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마냥 달콤하고 짜릿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이제부터는 눈앞에 산적한 문제들을 함께 헤쳐나가는 기나긴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힘차게 그리고 느긋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그렇게 나아가야 하며
그리하면 인생은 충분히 살아볼만한 세월들입니다.
부부가 이마를 맞대고 인생의 목표를 설계하면서 진지한 여정을 시작하십시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고 물레도 함께 돌려야 잘 돌아가듯이
두분이 한마음이 되어서 서로를 연구하고 인생을 궁리하면서
그렇게 진지하게 의미있게 살아가십시오.
두번째 이야기는 재미있게 살자 하는 것입니다.
부부는 긴 인생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입니다.
긴 여정을 함께 하려면 우선 지루하지 않아야 합니다.
지루하지 않으려면 바로 사는데 재미를 붙여야 한다 하는 것입니다.
재미있게 사는 일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야 하고 같은 취미와 기호를 가지면 더욱 좋겠지요.
목표가 같아야 함은 물론이지요.
그러나 재미있는 삶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넉넉한 마음입니다.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여유있는 삶을 영위할 때 유머가 생깁니다.
상대방을 재미있게 해 주기 위해 늘상 노력하십시오.
인생도 또 하나의 게임입니다. 같은 팀끼리는 서로 기를 세워줘야 합니다.
특히 남앞에서는 한껏 기를 살려줘야 합니다.
서로 위해 주고 돋우어주고 이끌어주면서 승리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면
정말 신나는 인생경기가 될 것입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서로 칭찬하면서 늘 재미나게 사십시오.
셋째, 서로의 세계를 인정해라 하는 것입니다.
부부는 하나이지만 분명 다르고 또한 달라야 합니다.
성장환경도 다르고 개성도 취향도 다르고 또한 현실적으로 각기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같은 라이프사이클을 갖기가 매우 힘듭니다.
자 이런 차이를 현실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옛날 아내들에게는 남편이 하나의 세계요 우주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관심과 집착이 너무 많아 괜한 마음고생이 생기게 됩니다.
웬만큼은 내버려두라.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고 그러나 상대가 도움을 원할때는 기꺼이 도와줘라 하는 것입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빛깔 무지개가 그토록 아름다운 것은
서로 섞이지않고 제빛깔을 유지하면서 서쪽하늘에 한방향으로 어우러지기 때문입니다.
두분도 서로의 빛깔을 간직하면서
두분이 만든 가정의 행복이라는 한 방향으로 멋지게 어우러지시면 됩니다.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말입니다.
넷째, 서로에게 나 자신을 선물하라 하는 것입니다.
으레히 결혼이라는 것을 하다보면 당사자나 어른이나 따지는 것이 많지요,
학벌이니 지위,재산등등 이리재고 저리재고 그렇게 열심히 계산해서 결혼하는데
얼마 못가서 다투고 싸우고 별거에 이혼까지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될때까지 살자고 언약했지만 어찌된 일일까요?
모두가 덕보려고 생각해서 그런겁니다.
상대방의 재물이나 지위를 보고 덕보려고 생각하고 결혼을 했는데
재물이나 지위가 어디 영원한가요?
결혼해보니 별로더라하니까 티격태격하게 됩니다.
저사람이 건강이 안좋으니 내가 보살펴줘야겠다,
저사람이 경제가 안좋으니 내가 뒷바라지해줘야겠다,
저사람이 성격이 괄괄하니 내가 안아서 편안하게 해줘야 하겠다,
이렇게 베푸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부족을 채워주려는 마음으로 결혼을 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덕보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이를 위해 그녀를 위해 무엇을 해줄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당신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주겠다라는 것이 결혼입니다.
내가 먼저 주려고 애써야 합니다.
빵을 살때는 구리동전을 내고 가구를 살때는 은전을 내고,집을 살 때 금화를 내지만,
사람을 살때는 자기자신을 내야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만큼 귀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 자신을 선물하세요.
선물은 댓가성이 있으면 안됩니다.
그냥 주는 것입니다.
사랑스런 아내에게 믿음직스런 그이에게 나를 던져서 선물하세요.
두분을 위해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어디가 좋고 무엇이 마음에 들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사람
어느 순간 식상해 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특별히 끌리는 부분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 그 부분이 좋은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오늘의 주인공 신랑 곽황영군과 신부
두분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샘물처럼 드맑은 사랑과 햇빛처럼 찬란한 희망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