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2004.06. 김소영 결혼

다정도병 2006. 8. 17. 11:43

 

 여러분 감사합니다.

 

자연의 조화가 참으로 대단합니다. 천지가 새로워지는 신록의 계절이라 했더니 어느새 온 천지가 푸르름으로 드리워진 계절, 농익은 유월입니다.  

 

여기 짧지 않은 세월동안 둘만의 사랑을 갈무리하며 오롯한 꿈을 가꾸어 오던 한쌍의 젊은 남녀가 오늘 비로소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신랑 임기범군과 신부 김소영양입니다.

 

화창한 6월의 휴일 낮한때, 공사다망하신 가운데에서도 오늘 화촉을 밝히는 두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함께 자리해 주신 하객여러분들께 양가를 대신해서 심심한 감사의말씀을드립니다.

 

먼저 오늘의 주인공 신랑신부를 소개하겠습니다.

신랑 임기범군은 동국대학교에서 생물학과 컴퓨터공학을 함께 전공한 뒤 현재 Solution개발업체인 ()TLINC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신부 김소영양은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모비존에서 Programmer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신부 김소영양이 사회첫발을 내디뎌 첫직장생활을 하던 한국렌탈주식회사의 사장입니다 100명 가까운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면서 여러햇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지만 참으로 자태가 단아하고 재능이 뛰어난 아주 눈에 띄는 재원이었습니다사려가 깊으면서도 늘 꾸밈이 없고, 환하고 밝은 성격이지만 늘 금도를 지킬 줄 아는 신부 소영양은 주변에선 언제나 리더였고 인기만점이었었습니다. 소리없는 몸짓이지만 늘 번득이는 기지가 있고 조용한 말수지만 그속엔 늘 사려가 담겨있어 더욱 향기로운, 요즘 보기드문 매우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신부 김소영양이 오랜 기다림끝에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을 찾았다고 신랑감을 데리고 왔더군요. 신랑 임기범군을 만났습니다. 첫만남이지만 몇 번은 본듯한 모습, 그래요 그렇게 따뜻해 보이는 남자였습니다. 포근하지만 반듯했고 부드럽지만 정갈해 보였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나누었던 차 한잔의 조우였지만 그에게는 남이 가지지 않은 탤런트와 매력이 물씬 묻어있었습니다. 진솔함과 함께 말입니다. ! 두 사람이 이제서야 천상의 배필을 찾은 것이로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결혼은 천상의 배필을 찾는 것입니다.

줄탁동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걀에서 병아리가 깨어나는데 스무하루가 걸리지요. 줄이란  병아리가 알속에서 다자라 세상바깥으로 나오려고 껍데기를 안쪽에서 쪼는 것이요, 탁이란 어미닭이 그 순간을 알고 바깥에서 알을 탁탁 쪼는 것을 말하는데, 이 줄과 탁, 두 개의 동작이 일치할 때,즉 줄탁동기에 달걀이 깨어지고 병아리가 탄생하는 아름다운 만남이 일어납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의 신랑신부는 하늘이 점지해 주신 배필을 위해 이렇듯 스무하루를 기다려 오늘 새로운 삶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인륜지대사라 하지만 저는 다름아닌 천륜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인간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기운에 의해서 즉 하늘의 점지가 있어야 부부의 연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신이 맺어준 인연을 사람이 바꾸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연리지라고 여러분 모두 아시는 이야기입니다마는, 두나무의 가지가 이어져서 하나의 결을 이루고 결국 하나의 나무로 되어지듯이 부부도 이제까지는 서로 다른 각각의 나무였겠지만 오늘부터는 가지를 잇고 결을 한데 모아 하나의 나무,즉 연리지로 모두어가는 신성하고 장엄한 여정을 오늘 신랑신부 두사람이 시작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의미있고 성스러운 오늘의 결혼식을 집전하는 주례로서 대단히 행복하게 생각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선 두 사람에게 몇 가지 당부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매사를 계획하고 준비하자 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결혼식은 화려하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순간부터 결혼은 현실입니다. 이제부터 두사람앞에 펼쳐지는 현실은 반드시 황홀하지만은 않으며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다행히 둘이서 지혜를 모으면 충분히 그리고 재미있게 헤쳐나갈 수 있는 꽤 해볼만한 여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하고생활비,저축,내집마련,육아문제등 모든 분야에 대하여 계획을 수립해야만 합니다.

 

 

둘째, 유머를 잊지말자 하는 것입니다.

결혼생활이 현실이고 쉽지만은 않다고 말씀드렸지만, 그렇기에 더욱이 유머와 웃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을 웃게 하려고 노력하십시오, 웃으며 함께 하는 일은 언제나 효과만점입니다. 각자 생활하면서 재미있는 일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부부간에 반드시 주고 받으세요, 부부간에 대화는 관심이요 사랑입니다.

 

셋째, 예의를 지키자 하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세치 혀라고들 합니다. 그만큼 말을 잘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가까울수록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큰소리보다 작은 소리가 설득력이 있고촌철살인이라고 많은 말보다 의미있는 한마디가 가슴에 남는 법입니다. 말을 천천히 하면 빨리 하는 경우보다 오히려 사려깊어 보입니다. 말은 작게,적게,천천히 할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딱한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당신 사랑해, 당신이 최고야 하는 말은 자주하고 크게 할수록 더욱 좋습니다.

넷째, 부부간에 신뢰를 유지해라 하는 것입니다.

부모형제 다 떠나서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기로 한 것은 서로간의 평생의 믿음에 기초한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만을 말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를 믿어야 합니다. 부부는 남이 아닌 바로 나요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신뢰와 존경은 부부간에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다섯째,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효도하십시오,

건강이 최고라는 말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서로를 위해 자신의 건강을 챙겨라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의미가 있습니다. 건강한 나를 상대에게 선물해야 합니다, 그것이 부부의 도리요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땅히 부모에게 효도해야 합니다. 부모를 모시고 섬기는 일만큼 귀한 것도 없습니다. 다만 바꾸어서 해보십시오, 시부모에게는 며느리가 장인장모에게는 사위가 더 많이 마음을 드리면 부부간에 사랑이 더욱 더 돈독해집니다.

 

이밖에도 주고 싶은 말들이 많이 있지만 인생의 출발점에선 두 사람에게 주는 오늘의 화두는 행복입니다.

 

행복이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늘 평범한 곳에 행복이 있습니다.

행복은 늘 우리곁에 있지만 우리들은 만족할 때만 그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행복은 누가 갖다주는 선물이 아니라 서로 부딪치며 살아가는 동안에 서로가 만들어가는 창작물입니다.

결국 행복은 소리내어 뽐내지 않을 뿐 늘 우리곁에 숨어 있습니다

평범한 일에 감사하고 거기서 행복을 느끼며 크게 그리고 잔잔하게 늘 웃으세요.

그게 바로 행복입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에서

온 들판을 메우고 있는 이름모를 한 송이 들꽃에서

충실하게 하루를 보낸 후 몸을 뉘우는 잠자리에서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행복을 만지고 느낄 수 있습니다.

 

곳곳에 늘어진 행복은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두 분 마음 한데 모아 거리마다 산적한 행복을 듬뿍 가져가세요.

 

가정에서의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한 가정이란 문제가 전혀 없는 가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가정을 말합니다.

 

이제 사랑하는 두분은 행복의 주인공입니다.

 

사랑은 깊으기 푸른 하늘

맹세는 가볍기 흰 구름쪽

그 구름 사라진다 서럽지 않아도

저 하늘 그 큰 조화를 못믿지는 않으리

 

두분 천상의 배필로 오래도록 사랑하고 벅찬 기쁨으로 평생을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두분의 앞날에 희망과 즐거움이 넘칠것입니다.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