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 사랑을 고백하던 79년생 남자와
집에서 빈둥거리길 좋아하던 82년생 여자가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젠 얼굴을 바라보며 사랑을 고백하는 서른살의 남자와
누군가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된
스물일곱살 여자가 결혼을 하려합니다.
2009년 12월 20일 그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바로 오늘이군요, 읽어보셨나요?
결혼청첩장 초대의 글입니다.
오늘 주인공 신랑 한준재군과 신부 박찬혜양 두사람은
연세대학교 물리학과와 화학과를 나온 대학 동문으로
각각 변리사 시험에 합격하고
국내굴지 특허법인 信誠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일구다가
이곳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여러 어른들을 모시고 비로소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빈둥거리며 가까운데서 신랑 신부감을 구한 두 사람은
결혼식 주례도 가까운 데서 구하자고
같이 어울리는 연대 화학과 친구의 아빠를 내세웠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오늘 딸 친구들 결혼식 주례를 맡게 된
한국렌탈주식회사 대표이사 정태영입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날씨가 무척 춥습니다.
겨울의 태양은 낮게 뜨지만
구석구석 깊숙이 스며들기에 온기는 오히려 따뜻합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오신 여러분은
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하나되는 현장을
함께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좋은 일에 축하해 주러 오신 하객 여러분들은
필경 복받으실겁니다.
지금 제 앞에는 신랑 한준재군과 신부 박찬혜양이 서있습니다.
제가 오늘로 꼭 스무번째 주례를 서는데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커플은 정말 처음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느끼시지요.
그러시면 신랑 신부에게 격려의 큰 박수 한 번 주시지요.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사랑해야 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더없이 행복한 일입니다.
오늘 두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서로에게 있음을 만인앞에 드러내는
귀한 순간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결혼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저는 오늘 성스러운 결혼식에 주례를 맡게 된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선 두 사람을 위해 준비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당부는 보란 듯이 살아라.
부부생활은 둘이서 부르는 노래 즉 듀오입니다.
둘이서 부르는 노래는 화음맞추기는 힘들지만 솔로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남이 모르는 둘만의 노래를 지어서 둘이서 하나되고 둘이서 둘되어
멋지게 노래하십시오.
예쁘게 사는 둘만의 방법을 특허를 받아 놓으면 더욱 좋겠군요.
서로의 눈을 보며 서로의 향기를 맡으며 사랑과 정성을 다하여 함께 부르는 노래는
주변을 아름다운 화음으로 물들이고 부부는 어느새 스타가 됩니다.
스타는 자기관리를 잘 해야 하니까 늘 반듯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남이 부러워 할 만한 부부생활을 보란듯이 꾸려가십시오.
우리 이렇게 살아요 하면서.
두 번째 당부는 서로를 설레이게 하라.
많은 부부들이 결혼하면 서로에게 그냥 친하게 편하게 하고 살지요.
편한 것과 아무렇게나 하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레임을 떠올려 보십시오.
다른 남자나 다른 여자를 만나듯이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고
부부지만 매력을 잃지 않도록 애쓰십시오.
매력을 잃지 않는 것은 부부간의 예의입니다.
아무렇게나 입고 아무렇게나 말하고 아무렇게나 행동하면 바로 매력이 떨어집니다.
매력은 얼마간의 신비입니다.
조금씩은 감추시고 살짝 내보이세요.
살찌는 것은 금물입니다.
서로를 위해 나를 멋있게 그리고 예쁘게 가꾸셔야 합니다.
다시 말합니다. 상대를 설레이게 하라.
세 번째 당부는 냅둬유입니다.
부부는 평생을 살아가지만 분명 다른 사람입니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차이를 인정하고 맞추어가는 과정이 결혼생활입니다.
같으면 재미없습니다. 서로 달라서 오히려 신기하고 재미도 있습니다.
다름의 미학, 서로 다름을 인정하시려면 어느 만큼 냅두라는 겁니다.
서로의 개성과 취향, 습관을 인정하고 바꾸려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냅두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좋은 모습으로 저절로 바뀌게 됩니다.
네 번째 당부는 힘을 빼라입니다.
운동할 때나 일상생활을 할 때도 무리하게 힘을 주면 제대로 되질 않습니다.
결혼생활도 마찬가지. 물흐르듯 해야 합니다.
남편이니까 아내니까 반드시 어찌어찌해야 한다고 못을 박지 마십시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생길 지 모릅니다.
무엇이든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십시오.
완벽이란 더할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뺄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긴 세월 서두르지 말고 좋은 일로만 차곡차곡 채워가십시오.
끝으로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부부가 중심이어야 합니다.
아이로 인해 부부가 뒤로 미뤄져서는 안됩니다.
기러기아빠는 no good입니다.
하늘이 내리신 두 분. 영원한 우리편이 되어지신 두 분.
오늘 두분은 로또에 당첨되셨습니다. 유효기간없는 무기한 쿠폰입니다.
백년을 살면서 언제나 로또속 행운을 음미하시고
팽이채로 행복의 팽이를 돌리고 또 돌리십시요.
빨간 단풍도 붉은 대추도 그냥은 없습니다. 바람과 소나기를 견뎌낸 아름다움입니다.
살다가 어려움을 만나면 긍정의 신호로 여기시고
거친파도 거센바람 휘몰아치는 넓은 바다를 한마리 독수리 하늘가르듯
힘차게 느긋하게 저어가십시오.
오늘 두 분 결혼 축하드리며 시 한 편 소개하겠습니다.
겨울의 향기로 들어온 당신
빗장 걸린 마음에 하얀 물감 풀어
예쁘게 색칠하는 사랑이어라.
아픈 사연 만들지 말고
바람 시샘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물처럼 벅차게 담기는 사랑만 되어라..
나의 마음 당신 마음
그대 뜰에 피우는 한 송이 꽃이어라..
푸른 하늘 뛰어노는 양떼처럼
마음의 평안 안겨주는 달빛이어라..
서산에 지는 해 내일 일지라도
당신과 나 하나 되어
가을 저녁놀 붉게 물들이는
곱고 아름다운 사랑만 되어라..
황혼의 쓸쓸함에도 중년의 가슴에도
시들지 않은 정열의 꽃 마음에 심으며
영혼도 축복하는 사랑이어라.
두 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주례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두 사람 (0) | 2010.04.01 |
---|---|
김정택 (0) | 2010.03.13 |
김나연 결혼 (0) | 2009.10.18 |
[스크랩] 황태현군 결혼 축사 (0) | 2007.12.06 |
이태화 결혼 070325 (0) | 2007.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