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抒情

가을 시 2 제

다정도병 2006. 12. 6. 11:37

 


<가을>

초라히 코스모스 한다발 안고
어두운 밤을 돌아가는
내야 가난한 소녀올시다.

삼딴 같은 머리도 머리에 들일
다홍댕기 한 감도 지닐 바 없는
다만 淑이, 숙이란 이름만을 지닌
이렇게 작은 몸이 낙엽을 밟고
돌아갑니다.

보십시오
달도 별도 없는 이 밤하늘을
스스로 지나가는 바람과 바람 속에
살아나는 그리움 사람들의 숨소리

얼마나 먼 길이기에
한여름 다사한 햇볕도 못 쬐이고
이 바람 드센 가을 밤길을
옷자락 여미며 가야 합니까?

   가야 할 길
   가야 할 길

가난한 소녀가 살아야 하겠기에
이 밤도 이 어둠도 역겨움 없이
항시 꽃 한다발 가슴에 안고
그리움 속에 부르는
서리 찬 시월이 있습니다.





<가을 집짓기>

돌아가야지
전나무 그늘이 한겹씩 엷어지고
국화꽃 한두 송이 바람을 물들이면
흩어졌던 영혼의 양떼 모아
떠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가서 한생애 버려뒀던 빈 집을 고쳐야지
수십 년 누적된 병인을 찾아
무너진 담을 쌓고 창을 바르고
상한 가지 다독여 등불 앞에 앉히면
만월처럼 따뜻한 밤이 오고
내 생애 망가진 부분들이
수묵으로 떠오른다

단비처럼 그 위에 내리는 쓸쓸한 평화
한때는 부서지는 열기로 날을 지새고
이제는 수리하는 노고로 밤을 밝히는
가을은 꿈도 없이 깊은 잠의
평안으로 온다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로 온다




               ---홍 윤 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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