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고맙습니다.
오늘 신랑 박종권군과 신부 김미경양이 하나되는
좋은 날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강론에서
‘삶은 계란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명동성당 구내매점에 그렇게 써 있었다고 합니다.
또 천상병 시인은
인생을 한 줄기 소풍이라고 노래했습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지나 4월 새봄에
삶은 달걀 몇 개, 김밥 한 줄 싸들고
이 곳 여의도에 봄소풍 오신 느낌으로
오늘 결혼식 편안히 즐겨보시지요.
결혼식은 주인공인 신랑신부만이 아니라
함께 하신 모든 분들의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신랑 박종권군은
한양대 공대를 거쳐 현재 한국렌탈주식회사에 근무하고 있고
신부 김미경양은 대구대와 한양대 대학원 거쳐
현재 LG전자에 근무하고 있는 재원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신랑 신부를 위해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저는 신랑 박종권군과 15년을 함께한 직장선배로
노총각 면하는 희망을 끈질기게 기다렸는데
마침내 오늘 대망의 결혼식을 맞아 기쁜 마음으로 주례를 서며
몇 가지 격려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처음 그 마음처럼, 영원한 우리편.
얼마나 귀하게 이룬 커플입니까.
지금 마음으로 오래오래 이어가자.
여시. 같을여 처음시, 처음처럼입니다.
처음만났을 때 설레임을 기억하세요.
하늘아래 누가 있습니까.
세상 끝까지 함께 할 한 사람 그 이름이 곧 부부입니다.
배 만드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이나 원자재가 아니라
바다를 향한 강한 동경입니다.
둘이서 함께 어떤 예쁜 가정을 꾸려갈 것인지 꿈을 꾸어 보세요.
행복해 집니다.
둘째, 나누기와 빼기를 기억하자.
사람들은 결혼하면 내가 뭐가 좋을 지부터 생각합니다.
학벌과 재산등 조건을 보고 결혼해서 막상 살다가
기대만큼 안되면 실망하고 갈등하게 됩니다.
부부는 내꺼를 아낌없이 나눌 사람입니다.
완벽해서 더할 것이 없는 사이가 아니라
그냥 좋아서 더 뺄 것이 없는 상태가 사랑입니다.
지금 모습이 좋아서 설레었고 지금 이 모습으로 사랑합니다.
상대에게 바라지 말고 무얼 해 줄까를 생각해 보세요.
너무도 행복해집니다.
셋째, 서로를 연출하자.
세계적인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지독한 근시로 악보를 볼 수 없었기에 전부를 외웠습니다.
물론 힘들었지만 악보를 보면서 지휘하는 사람은
외워서 하는 사람을 당할 수가 없습니다.
단점을 극복하면 장점으로 승화됩니다.
괴팍한 토스카니니에게 용기를 준 사람은
그의 아내 카를라입니다.
약한자여 여성이지만 아내는 위대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알아주고 보살펴야 합니다.
경주에 가면 수많은 유적들이 있지만
모르면 돌멩이요 알면 보물입니다.
돌멩이를 보석으로 알아주고 다듬어 줄 사람이 곧 부부입니다.
부부는 서로에게 연출가요 디자이너입니다.
무얼 잘 하는 지 눈여겨 보고 키워주십시요.
난 키우는 것보다
남편과 아내 서로를 가꾸는 것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관행을 바꿔서 부부의 새로운 문화를 디자인하십시오.
디자인은 de와 sign, 즉 싸인을 없애는 겁니다.
남들이 모르는 부부만의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십시오.
넷째, 충분한 대화입니다.
말을 못건넬 사람에게 말을 건네면 말을 잃는 것이요
말을 건넬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다.
논어의 말씀입니다.
부부간 대화는 우리몸의 피의 순환과도 같습니다.
부족하거나 막히면 탈이 납니다.
노래방에 함께 가세요.
한없는 칭찬과 함께 상대의 18번을 발견해 주세요.
와인 한 잔이라도 함께 하세요.
잔을 부딪칠 때 잔을 보지 말고 눈을 보시구요.
대화는 하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따지지 말자입니다.
고지식이 숨막히게 한다.
교회신자가 예수님이 동정마리아께 나셨다는 얘기를
못 믿겠다고 보채자
목사님이 얘기합니다.
남편 요셉도 안 따지는데 네가 뭔데 따지니?.
따지지 말고 때로는 그런가보다 하는 게
지혜일 수 있습니다.
오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시는 두 분,
아침바다 고기잡이 배들은 보는 사람에게는 한가한 정경이지만
배안의 어부들은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은 다 그림처럼 아름답게 사는 것 같지만
부부간의 어쩔 수 없는 차이를 사랑이라는 가마솥에 녹여내는
쉼없는 노력으로 가정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걸려있는 옷보다 사람이 입은 옷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여자에서 아내로, 남자에서 남편으로 거듭나신 두 분
오늘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선을 보이는
두 분을 축하 드리고
짧은 시 소개합니다.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김남조 너를 위하여)
소중한건 무엇이나 너에게 준다
이미 준 것은 잊어 버리고
못다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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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사람은 비 맞지 않으리라. (인디언의 시)
서로가 지붕이 되어 줄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따뜻함이 될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동행이 될테니까
두 몸이지만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두 분 결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