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2003.08 최현숙 결혼

다정도병 2006. 8. 17. 11:25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기 가을을 맞는 설레임으로 인생의 첫발을 디딜 두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의 신랑 김길호군과 신부 최현숙양입니다.

 

한 여름 끝자락  가을의 길목인 팔월의 휴일 낮 한때,

공사다망하신 가운데에서도 오늘 신랑 김길호 군과 신부 최현숙양의 결혼식을 위해

함께 해 주신 하객 여러분들께 양가를 대신해서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회자가 소개했듯이 저는 신부 최현숙양이 다니던 한국렌탈주식회사 사장입니다.

짧지않은 세월동안 직장생활을 통하여 신부를 지켜보았지만

그 자태가 참으로 단아하고 명석한 판단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심성 또한 고와서

주변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정말 괜찮은 규수입니다

얼마전 신부 최현숙양이 신랑감을 소개하겠답니다. 어떤 신랑감일까?

 

신랑은 첫인상이 깔끔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매에는 사람냄새가 그득했습니다.

좋은 사람에게서 나는 그런 향기말입니다

반듯한 그의 모습에는 젊은이다운 패기와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분별력이 함께 녹아 들어 있어서

한눈에 지혜로운 청년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반듯하고 지혜로운 청년, 신랑 김길호군은 현재 청호플랜트주식회사에 과장으로 봉직하고 있으며

신부 최현숙양은 잠시 직장생활을 접고 학업을 위해 현재 성균관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둘만의 사랑을 갈무리해 오다가 오늘 뜻깊은 결혼을 맞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숙명적인 두 사람의 결혼식의 주례를 맞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하며

신랑신부 두사람에게 몇마디 격려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귀한 부부가 되자는 것입니다.  

귀히 여겨라. 부부라는 이름으로는 하늘아래 우리 단둘뿐.

우리가 우리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남들도 우리를 귀히 여기지 않는다.

 

꽃보다 귀한 여인, 내 아내여

하늘만큼 땅만큼 크고 믿음직스런 당신, 내 남편이여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도 귀한 사람들입니다.

내가 당신을 정녕 귀히 여기리라.

 

반말하지 않겠습니다.

막말하지 않겠습니다.

남과 비교하지도 않겠습니다.

남하고 비교하는 것은 남과 결혼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당신이외에는 꿈도 꾸지 않았다는 only you 정신에 위배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청혼했던 순간들을 떠올리세요.

옛날에는 눈멀어 삼년,귀먹어 삼년, 벙어리 삼년이라고

봐도 못본척,들어도 못들은 척 하라고 했지만 요즘은 반대입니다.

부부간에 열심히 눈여겨 보고 정성스레 귀담아 들으세요.

사랑의 안경을 쓰고 그이의 그녀의 장점만을 보세요.

사랑의 녹음기로 그녀의 그이의 그윽한 음성을 간직하세요.

 

부부간에도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예의를 지킬수록 부부는 서로 더욱 귀해지고 신선해집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올리브같은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귀한 부부가 되십시오.

 

둘째,슬기로운 부부가 되자.  

이제 사랑하는 두분이 부부가 되어 가정생활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가정이라는 것이 악기와 같아서 잘 연주하면 음악이 되지만 잘못 연주하면 소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명연주가는 보통의 악기로도 훌륭한 음악을 연주해 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리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갖다줘도 무용지물입니다.

부부는 서로에게 악기가 되고 또한 연주가가 되어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잘 다루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악기를 잘 다루려면 자주 접해서 익숙해 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서로 가 많은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직접 할 일과 돌려서 할 일을 생각해 보십시오.

빨리 할 일과  천천히 할 일을 생각해 보십시오.

하고 싶은 말을 꼭 해야 할지, 하드라도 지금해야 할지 한번만 생각해 보십시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어떤 것을 먼저해야 할지 생각해 보십시오.

역지사지라 하지 않습니까,항상 입장 바꿔 생각해 보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도 무대를 떠나지 마십시오.

권투선수가 링을 떠나면 안 되듯이 바이올리니스트가 무대를 떠나면 음악회는 끝나고 맙니다.

링안에서 무대 안에서 무엇이든 해결해야 합니다.

늘 지혜로운 부부가 되십시오.

 

셋째, 유머스런 부부가 되자.  

부부는 다름아닌 평생 친구입니다.

평생을 친구하자면 재미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을 웃게 하려고 노력하십시오.

남을 웃게 한다는 것은 분명 복받을 일입니다.

 

21세기에는 남편덕목 1호가 유머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재미가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신바람이 나게 마련입니다.

광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듯이 유머에서 모든 인간관계가 밝게 시작될 수 있습니다.

마음이 넉넉해야 유머가 생깁니다.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십시오.  

부부간에 유머는 언제나 신선한 충격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당부말씀들이 많습니다.

진솔한 부부가 되자.

건강한 부부가 되자.

효도하는 부부가 되자.

 

모두 좋은 덕담입니다마는

오늘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 선 두 사람에게 본 주례가 전하고 싶은 화두는 바로 조화입니다.

 

부부는 하나라고 하지만 엄연히 다른 두 사람의 합일체이지 그냥 하나일 수는 없습니다.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조화입니다.

 

조화란 말그대로 어울림입니다.

처음부터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잘 맞추어가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부분들을 비슷하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노력도 필요하고 세월도 필요합니다.

 

他山之石 可以攻玉이라 했습니다.

옥돌을 갈려해도 다른 산의 돌이라야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가위의 두날도 한쪽은 강하고 다른 한쪽은 물러야 잘 들게 마련입니다.

똑같아서는 안되며 서로 다른 둘이 잘 어울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소크라테스와 그의 유명한 악처 크산티페는 억지소리같지만 조화로운 부부의 표상입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그렇게 다른데도 잘 맞추어 살아간 모범적인 부부였으니까요.

소크라테스는 그런 악처와 어떻게 그리도 잘 사느냐는 질문에

이왕에 말을 타려면 가장 사나운 말을 타봐야 대가가 되지 않겠느냐,

나는 아내 덕분에 매일매일 철학을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예술은 결혼이다라고 갈파했습니다.

맞추어 사는 지혜, 결혼은 그래서 예술입니다 조화의 예술이지요.

 

참나무와 담쟁이 덩굴이야기를 아십니까?

화창한 날에 담장이덩굴은 씩씩한 참나무가지를 타고 그저 어여쁜 자태로 화려한 시절을 보내지만

벼락치는 날 참나무가지가 부서져내릴 때에는 담장이는 강한 덩굴이 되어 참나무가 흩트러지지 않도록 지탱합니다.

부부의 이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참나무와 덩굴처럼 아름다운 조화를 통해 하나이지만 둘로, 둘이지만 하나로

그렇게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오늘의 주인공 신랑 김길호군과 신부 최현숙양의 결혼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두 분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샘물처럼 드맑은 사랑과 햇빛처럼 찬란한 희망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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