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바보

다정도병 2010. 6. 1. 11:02

벼루 먹갈아

화선지 붓끝 내리면

먹물은 종이에 잦아들고

묵향은 방안에 가득하다.

 

근묵자흑이라 했던가요,

먹물을 가까이 하면

글씨 또한 검어지듯이

우리 따뜻하고 사람내음 물씬한 금양 친구들

가까이 있어 늘 행복하답니다. 

 

좀 바쁘다는 핑계로

카페에 머물지 못하고

어쩌다 들어와도 힐끗 일별하는 수준이어서

걱정해 주는 친구들도 있었지요.

 

가능하면 하루 한 번은 꼭 들어오려 애쓰고는 있는데

흔적을 남기지 못 해 많이 안타깝습니다.

 

모임을 위해 애쓰는 많은 친구들에게 그저 고맙고 미안합니다.

더 잘 하겠습니다.

 

동풍이 건듯 불어 봄인가 했는데

어느새 오월의 귀부인 모란의 서러운 몸짓으로

유월을 맞고 있네요.

 

짙푸른 초목에 하얀 햇빛이 끼얹어진

깨끗한 화폭같은 계절에

우리 벗님들 가슴에도

작은 파랑의 설레임이 잔잔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밤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

'바보'가 되자고 하더라고요.

바라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사람이 '바보'라나요.

금양동산의 착한 동무들 우리도 '바보' 되시자구요.

 

참새는 나뭇가지 다투다 떨어지고

하늘 나는 벌레들 뜰안에 가득한데

막걸리야 너는 누가 만들었기에

한잔술에 천가지 근심을 가시게 하는구나

 

연산군이 노래한 막걸리 예찬입니다.

 

저는 한달에 30번 넘는 술자리로

의사의 엄중 경고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 만나면

함께 권커니 자커니

산놓고 수놓고 무진무진 먹세고녀 해야 직성이 풀리니 어쩐답니까.

 

공자도 논어에서

말을 건넬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요,

말을 건네지 못 할 사람에게 말을 건네면

말을 잃는 것이다 했으니

우리도

술을 건넬 사람에게 술을 건네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요,

술을 건네지 못 할 사람에게 술을 건네면

술을 잃는 것이다 하면서

무지 좋은 우리끼리

말도 섞고 술도 석어 가며 정겹게 살아 가자구요.

 

하지만 꽃도 반쯤 필 때 더 아름답고

술도 반쯤 취할 때가

주흥도 시흥도 으뜸이라고 하니

속도 조절은 하면서 말입니다.

 

아름다운 계절에

바쁘시더라도 바깥에 나가 걸어 보세요.

눈부신 하늘 향해 가슴 펴고 외쳐 보기도 하시구요.

나 여기 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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