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무슨 바람이 불어
작년부터 동양철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중
지난 달 주역을 조금 배우려는데
교수님이 묻더라구요.
눈이 녹으면 무엇이 됩니까.
물이 됩니까.
봄이 되기도 하지요.
눈이 녹아 물이 된다고 하면
현상을 보는 것이요,
눈이 녹으니 봄이 된다고 하면
흐름을 보는 것이겠지요.
초가을 태어나 그 가을에 죽는 귀뚜라미는
평생 날씨가 추워지기만 합니다.
겨울지나면 따뜻한 봄이 온다는
엄연한 사실을
귀뚜라미는 알지 못합니다.
가 보지 않은 세상을
미리 깨달을 수 있다면
깜짝 놀라거나 멀미나지 않게 살 수 있을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리 가 본 사람들에게서
들을 수 있을까요
이를 흔히들 지혜라고 하던가요.
지혜는 단지 나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미리 겪어 본 사람들의 진한 삶과 고뇌의 흔적이기에
그토록 소중합니다.
지혜는 멀리 있지 않답니다.
지혜의 현자들은 바로 지금 옆에 있는
좋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여정은 나의 자취와 달라왔기에
마땅히 소중하게 받아 들여야 할 보물창고입니다.
공자도
삼인행이면 필유아사언이라 하여
셋이 있으면 서로가 모두 스승이다 했던가요.
누구라도 나름의 향기와 체취가 아름답기에
더우기 양지바른 비단골 금양 동산 벗님들은
그래서 제겐 곱디 고운 보석들입니다.
실컷 게으름 피우다가 오랜만에 알량한 글 몇 자 올렸다고
반갑게 읽어 주고 다투어 댓글해 주는
참 속도 없는 착한 벗님들께
스스로 염치없어 게면쩍게 있답니다.
정말이지 벗님들의 사랑으로 많이 깨닫고 배웁니다.
늘 한없이 고맙습니다.
많이 덥군요.
일교차가 큰 여름날 그저 건강하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