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티넘(왕산편지)

왕산편지309-2 희망사항

다정도병 2013. 9. 10. 10:01

 

하이~~티넘~~!!

 

 

지난 금요일 밤 석촌호수를 걸었습니다.

수변 계단에 사람들 모여 앉고

통기타 든 한 사람이 마이크 없이 노래를 합니다.

노래 사이 즉흥 개그로 재담을 쏟아내는데

사람들은 배꼽을 잡습니다.

 

20년을 대학로에서 활동한 거리의 악사

열린 음악회 등 녹화 시작 전 방청객 흥 돋구는

Opening 리더라는 46세 윤**

타고난 끼가 온몸에 흐르는

약간 쉰 듯한 목소리의 그는

왜 거리에서 돈 안 생기는 일에 열심일까요?

 

소크라테스는 집에 생활비 안 주고

저잣거리 심포지엄이라는 말놀음으로 소일하다

아내 크산티페에 설거지 물세례도 당하지만

50세의 소크라테스와 결혼해 아이 셋 낳은 크산티페는

악처 소리 들어도 독배 든 남편을 향해 사랑의 절규를 합니다.

 

아내보다 세상을 더 가까이하는 사람들은

그릇이 큰 사람일까요 생각이 없는 사람일까요?

 

나무가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고

강물은 강을 떠나야 바다에 이른다고

그 언젠가를 기다리며

일상의 생각과 다른 행보로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낸다면

결국은 아내도 인정해 주리라 기대하는 걸까요?

 

 

 

이번 주 화요일의 왕산 편지는

희망사항입니다.

 

 

 

 

 

 

㈜하이티넘홀딩스 대표이사

旺山 정태영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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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항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 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그런 여자가 좋더라/

머리에 무스를 바르지 않아도 윤기가 흐르는 여자/

내 고요한 눈빛 보면서 시력을 맞추는 여자/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희망사항)

 

 

세상엔 노력해서 될 일, 안 될 일이 따로 있다.

짧은 다리엔 청바지 어울리기 쉽지 않고

얼굴 윤기 흐르는 것도 천부적인 건강이요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체질은 하늘의 선물이니

선택 받은 사람들의 얘기다.

 

키 크고 잘 생긴 얼굴과 몸매는 타고 나는 것이요

명모 단순 호치

(明眸 丹脣 皓齒 밝을 명 눈동자 모, 붉을 단 입술 순, 흴 호 이 치)

눈 맑고 입술 붉으며 이 하얀 미인도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하늘은 공평하다.

잘 난 사람이 꼭 잘 사는 건 아니다.

타고 난 멋에 견줄 아름다움이 얼마든지 있다.

가꾼 몸매는 타고난 몸매 못지 않으며 가꾸는 재미도 있다.

사람이 몸과 마음을 가꾸면 특유의 향기가 몸에 밴다.

향기로운 사람은 멋이 난다.

멋은 곧 자신감에서 시작하며 나름대로 만들고 부리는 거다.

짧은 다리도 쭉쭉 펴고 작은 키도 가슴 활짝 펴고

눈에 힘주며 씽긋 웃어 보자.

스스로 사랑하지 않으면 멋이 나지 않는다.

 

세상 잣대로 아쉬운 몸매나 얼굴은

옷 액세서리 표정 헤어스타일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

작아서 예쁘고 짧아서 앙증맞고 귀여울 수 있다.

손이 예쁜 사람은 하늘 몫이지만

손끝이 좋아 솜씨가 있는 사람은 손도 예뻐 보인다.

고운 손 아니어도 좋은 손 귀한 손이다.

고운 머릿결도 좋은 살 내음도 가꾸면 된다.

솜씨 맵씨 글씨 말씨 맘씨는 가꿀 수 있다.

 

 

전화 못 받으면 잊지 않고 답신 주는 사람.

문자 이메일 씹지 않고 답글 주는 사람.

약속 못 지켜 안타까울 때 편하게 말해 주는 사람.

내게 웃어 주는 사람. 나를 웃겨 주는 사람.

성실한 사람 똑똑한 사람 착한 사람.

악기 잘 다루는 사람. 노래 잘 하는 사람.

아침을 일찍 여는 사람. 옷 매무새 가지런한 사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사람. 목소리 부드러운 사람.

이름 기억해 주는 사람. 내 이야기 들어주고 간직해 주는 사람.

부드럽고 포근한 사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진정한 멋은 남을 사랑하고 배려하면서 완성된다.

 

 

좋은 일하고 생색내지 않는 사람.

복선 깔지 않고 시원 시원한 사람.

눈이 맑은 사람. 잘 수그리는 사람.

왼손 한 일을 오른손 모르게 하는 사람.

늘 한결 같아서 예측이 가능한 사람 

30년전 얘기 대신 요즘 얘기하는 사람.

남의 이야기 끊지 않고 들어주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그러나 더 좋은 건 원태연님의 시처럼

그냥 좋은 사람이다.

 

 

언제나 멋있는 그 사람.

항상 곁에 있어 줄 것 같은 사람.

내가 모르는 걸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

내가 좀 칭얼거려도 웃으며 받아 줄 것 같은 사람.

허튼 생각 할라치면 얼른 바로잡아 줄 사람.

한참 만에 만나도 어저께 본 듯한 사람.

어제 보고 또 봐도 또 반가운 사람.

보고 있어도 그리운 사람.

그 사람은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멋있는 사람 그 사람을 갖고 싶으면

내가 그 사람이 되어 주자 그 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