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티넘(왕산편지)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다정도병 2016. 8. 8. 10:36

 

일정 재산 없이도 곧은 마음 갖기란 오직 선비만 가능한 일이고

(無恒産而 有恒心者 惟士爲能)

만약 백성이 가진 게 없으면 마냥 반듯한 마음 가지기 힘들고,

반듯한 마음이 없다면 따라서 방종 편벽 사악 사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법.

(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 苟無恒心 放僻邪侈 無不爲而)

죄에 빠진 연후에 벌을 주는 건 백성을 그물질 하는 것일 뿐이다.

(及陷於罪然後 從而刑之 是罔民也).

 

맹자가 양혜왕에게 좋은 정치란

백성을 먹고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 대목이다.

無恒産 無恒心’ (일정한 재산이 없으면 반듯한 마음을 갖기 힘들다.)

김능환 전 대법관이 퇴임 후 부인 편의점에서 일하며 신선한 칭송을 받다가

문득 로펌으로 옮기며 인용했다.

 

옛날 남루한 옷에 영양실조로 쓰러진 화교 외투가 오래된 지폐로 누벼져 화제가 됐었다.

사람은 외양으로 빈부를 가릴 수 없다.

중국인이 돈 안 쓰고 모으는 것은 노후나 자손을 위함보다도 모으는 자체가 좋은 경우가 많다.

동물은 배부르면 안 먹지만 인간의 욕심은 무한하다.

법정스님은 370만부 팔린 무소유에서 필요 없는 것을 갖지 않는 게 무소유라 했는데

사람이 필요이상 돈에 집착하는 것은 미래 불확실성과 자식사랑이 아닐까 싶다.

 

목구멍이 포도청, 호구지책, 금강산도 식후경...등은 모두 먹는 문제를 강조한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있느냐고 하지만 밥 먹는 문제가 갈수록 문제다.

엥겔계수가 가파르게 오른다.

쌀가게 배달꾼 정주영은 현대를 일구고

강경상고 학교 수돗물로 허기 채웠던 윤석금은 웅진 그룹을 일군다.

사자와 호랑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더 굶주린 놈이 이긴다.

배고픔은 삶의 원동력이다.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 양강(兩强 G2)을 이룬 중국은 남기는 음식만 년간 2억명분이다.

농지가 지천인 대국이야 걱정 없겠지만

천정부지 곡물가격 앙등으로 세계는 식량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텃밭에 심어 먹는 것보다 싸면 사 먹는 편이 낫다는 베니스 상인 얘기는 이제 안 통할 것 같다.

 

지하철 매표, 검표원 사라지고 아파트 경비원도 줄어든다.

빌딩 주차도 자동인식 시스템으로 인원 급감한다.

효율만능 시대. 일자리 줄어 장노(장기간 노는 사람)가 늘어난다.

식당 너무 많아 수시로 문 닫는데 먹고 살 방법 없는 서민은 그 자리에 또 밥집을 연다.

편의점 장사 안 돼도 애꿎은 담배 매출은 늘어 KT&G 사장은 엄청난 인센티브 챙긴다.

 

잠재 성장률은 모든 생산요소를 다 투입해서의 성장가능 치이니

개인 역량을 극대화해서 사회 기여해야 좋은 효과를 얻는다.

대입 수험생 아들 학비에 좁은 집을 더 줄여갔던 청렴한 대법관 김능환은 법조계에서 몫을 하는 게 맞다.

편의점 casher나 운반은 고령이라 좋은 기여도 어렵지 않은가.

적재적소(適材適所). 잘 할 수 있는 쪽에서 역할 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게 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논어).

대법관의 편의점 졸업은 비난 받아서는 안 된다.

TIME5억달러나 유산 남긴 선박왕 오나시스가 아무 족적도 남기지 않았다고 썼다.

 

로펌에서 그의 족적은 전관예우 말고도 많을 것이다.